(성공하는 사람들의) 대학생활백서
이 책은 내가 대학교 입학 전에 친구에게 선물받았던 책이다. 맨 앞페이지를 펴보니 친구가 격려의 말까지 써놓았다.(감동) 당시엔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는 별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어서 (그래봐야 갓 졸업한 고등학생이었으니까..) 책을 덮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에와서 책장에 꽃힌채 먼지만 수북하던 이 책을 다시금 꺼내보게 되었던 건 이제 졸업을 한학기 앞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내 대학생활과 소위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학생활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신입생의 개강 첫 주
나는 개강 첫 주에 뭘했던가... 아마 개강총회에 가서 주량도 모르는 미성년인 주제에 참이슬로 병나발을 불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필름도 여러번 끊겼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깡으로 거의 치사량에 가까운 양의 술을 그렇게 마실 수 있었는지도 신기하다. 나는 초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내 바이올린을 배웠으므로 자신감있게 관현악부에 지원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처음 동아리방에 갔을 때의 그 뻘쭘함..(동기 중에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갔었다)나는 참지 못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정모 공지가 여러번 문자로 왔었지만, 시험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더니 3주만에 제명이 되었다. 자업자득. 그 후로는 공부에 큰 뜻을 품고 책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1학년' 으로서 도서관에서 은둔생활을 했다. 그것이 나쁜일은 아니었지만, 대학생으로서 썩 재미있게 지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그 꿈같은 시절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대학 1학년 새내기가 있다면, 내 말을 따를지어다. 열심히 공부한 당신, 공부는 적당히만 하고 어디로든 떠나라!
- 공강시간을 만들지 않는다
시간표를 짜다보면 공강시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파트의 요지는 그 비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라는 의미이다. 나의 경우도 현재 전공으로만 12학점을 듣는데, 여유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강시간은 좀 많다. 그러나 공강시간엔 왜이렇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고, 낮잠을 자고 싶고, 노래 한곡 하러가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는 너무나도 즐거워서 가끔은 다음수업 직전까지 떠드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이 시간대는 '유혹의 손길' 이 많은 시간인데, 책에서는 이 시간을 잘 활용하여 그 날 처리해야 할 잡일들을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공강시간을 빈둥거리게 되면 오전에 기상하면서 얻은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소진하고 만다. 확실히 이 말에 공감을 하는데, 그래서 난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기 보다는 헬스장에 간다. 운동을 하고 나면 오전에 행여나 골치아팠던 문제와 씨름했더라도 운동을 하면서 잊을 수 있고, 충분한 산소를 두뇌에 공급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 불가능한 일은 없다.
"성공적이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의 타입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그 수많은 학생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능성을 예측하는 놀라운 감각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끝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데 반해, 성공적인 학생들은 커다란 목표를 세워두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그들은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 누구보다 뛰어난 대학생활을 보내고 싶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이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실천하기가 힘든 일이다. 나름 학교에서 꼬꼬마로 취급받던 시절, 18학점을 들으면서 소설도 쓰고, 교육봉사도 하고, 교내 게임리그에 참가도 하고, 독서모임에도 참가하면서 동시에 6명의 과외학생을 두었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 학기에 장학금까지 탔으니, 확실히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성적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는듯 싶기도 하다. 그 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과 주머니가 든든했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은 요즘은 무엇을 하려고 하면 먼저 간을 보게 되어서, 대체로 계획했던 일에 착수하기도 전에 단념하고 마는 것 같다. 전공이 어려워지고 취업준비니, 대학원 준비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도 본인은 사실 알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스스로에게 점점 힘겨운 일이 되어가고 있음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에서 말하는 성공적인 대학생이 되기 위해 이번 방학도 각종 색다른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마음은 좀 늙었어도 해볼만한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덕분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만들지 말자.
"대학생들이 시간관리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규칙이 있는데, 바로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만들어봤자 대학생활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이 전날 계획한 대로 다음날 토시 하나 빼놓지 않고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전날의 우선순위와 당일날의 우선순위는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오늘 시험 공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갑자기 옛여인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자고 하면 도서관에서 공부나 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린다. "매일 아침 첫 수업을 듣기 전, 줄이 그어져 있는 빈 종이를 하나 준비하자. 그리고 왼쪽에 기상시간에서부터 취침시간까지의 시간을 적어둔다. 7시, 8시, 9시 , ... , 이런 식으로 두 줄에 한 시간씩 넉넉하게 적은 다음, 확실한 스케줄부터 표시한다. 일단 오늘의 수업시간을 표시하고, 밥먹을 시간, 팀프로젝트 미팅시간 같은 것들을 표시하고 나면, 남아있는 흰 공백은 하루 동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을 뜻한다. ... 아침에 적은 이 종이를 저녁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하루의 일정을 조정하도록 한다."
최근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위의 시간표를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는데, 사실 다른 것 보다도 내가 그날 무슨 일을 했었는지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어서 훗날 참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지루함에서 탈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모험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즐거움이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인데 미리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루하게 토요일 오후를 보내는 것보다는 유용할 것이다. 친구들을 모아 주말마다 친구들의 집이나 기숙사를 순회하며 파티를 열거나, ... 계획없이 무작정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거나, 새벽 4시에 영화를 보러가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동네 다방에 가본다거나,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하고, 혼자만의 파티도 여는 등 그 나이의 학생들만 할 수 있는 멋진 사건을 만들어보자!"
나는 일상에 지칠 땐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가곤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빡세게 자전거만 타는 것이 아니고, 남양주 방향으로 가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다가 좋은 풍경이 보이면 잠깐 앉아서 바람도 쐬고, 그동안 바빠서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도 한다. 그리고 돌아올 땐 자전거도로가 아닌 시내를 통해 돌아오면서 처음 보는 동네 구경도 하고, 마트에 들러서 음료수도 사 마신다. 동네에 돌아오면 어느새 해질녘이 되는데, 귀가하기 전에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라든지, 중,고등학교에 들러서 스탠드에 가만히 앉아 옛 생각을 추억하곤 한다. 20대 초반에는 불금이면 어김없이 시끌벅적하게 술판을 벌여놓고 밤을 새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조용히 혼자 자전거로 돌아다니면서 사색을 즐기는 것이 더 즐겁고, 때론 뭉클하기도 하다.
결국 성공하는 대학생이란 관심있는 분야에는 언제든지 총력을 기울여 시간투자를 하고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대학생을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도 자기만의 시간관리법, 자신만의 노트필기법, 자신만의 내용이해방식을 만들어서 사소하지만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글의 저자는 다트머스 칼리지를 최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지금이면 Post-Doc 일지도..) 수재다. 그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사실 미국의 대학생들보다도 취업에 대한 압박이라든지, 남자의 경우 군대문제 등등으로 인해 대학생활이 좀 덜 여유로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 자신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의 대학생은 빡빡하고 근면성실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실제로 힘들지 않은 상황에서조차도 스스로를 옥죄도록 만드는 것 같다. 심하게는, 별로 하는 것도 없이,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힘든 것 같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의식들이 흥미를 포기로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위에서 저자가 말하듯 무엇이든 불가능이란 없다고 생각하며 이것저것을, 제대로, 해보려고 노력한다면, 그리고 거기서 어떤 작은 성과라도 얻게 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시각이 얼마나 좁고 편협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매일매일을 새롭게 사는 것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