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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04 진행중
카테고리 없음2012. 9. 4. 07:49
그곳은 102동이었다. 나무와 나무사이의 좁은 공간에 아파트의 옥상과 하늘의 경계가 있었다. 귀뚜라미 우는소리는 유독 선명했고, 달무리임에도 불구하고 밝게 빛났다. 그리고 떨어지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달무리를 가리면서 개기월식을 만들어냈다. 다만 가리우는 부분이 점점커져서 나의 유일한 시야마저도 어둠으로 물들이려는찰나, 그곳에서 행복을 보았다. 그 눈은 종교와 철학의 경계에 서있었다. 내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것이 그렇게도 단순히 시공간에 놓여져있었다. 극분의 극보다도 짧은 서사임에도 그녀와 공감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바닥에 내팽개쳐지기 직전 나는 관자놀이에 겨누고있던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겼다. 마지막순간이 빨갛게 물들었을거라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우리는 시공의 허점을 알고있었다. 그곳에서는 자기자신의 과업을 끝마칠수없는 모순이 존재했다. 예를들어 어떤 컴퓨터프로그램이 자기자신을 종료할 수 있다고보는가? 그 프로그램이 자기자신을 종료할수있다고 가정하는 순간 그것은 불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자기자신을 종료시키는 행위 자체도 프로그램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를까? 물론 여기부터는 철학이다.
Posted by Plato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