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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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4. 12. 12. 20:37
대상이 우리의 지식과 일치함에 틀림없다는 전제로부터 출발
오직 이런 방법을 통해서만 우리가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을 지닌다는 형이상학적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

지식의 두 종류 : 아프리오리(경험과 무관) , 아포스테리오리(경험을 통해인식)

'모든물체는 연장성을 지닌다' -> 분석판단(주어개념이 술어를 통해명확해질뿐인 명제에대한 것)
'모든 물체는 무게가 있다' -> 종합판단(술어가 주어의 내용에새로운무언가를 더함)

아포스테리오리-> 종합적임
분석적 -> 아프리오리

그러면 종합적이면서도 아프리오리한 명제가 존재하는가?
답 : 수학

철학자의 첫번째 임무 : 인간이 지닌 정신적 능력의 본성과한계를 분명히 밝히는 것

감성 , 지성(오성과이성)

이성이 경험으로부터 분리된 상태 : 순수이성

공간과 시간은 우리의 정신이 발견하는 세계 안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이 경험을 형성하면서 부여하는 일종의 틀이다.

순수 이성 비판 : 선험적 감성론 , 선험적 논리학(선험적 분석론, 선험적 변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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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6. 21. 16:47

5.18 그리고 역사

5.18 그리고 역사

최영태 외 지음  2008.02.25  페이지 422  |  ISBN  9788987671925

 

이 책은 5.18 광주민주항쟁의 배경, 전개과정, 그리고 그것의 역사적/문화적 의의에 대해 논의한 책이다. 최근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근현대사에 관심이 생겨서 고르게 된 책인데,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친구가 여러해 전에 방영했던 모 방송사의 '제5공화국'도 다시보기로 시청해보라고 했다. 아직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못보고 있는데, 주말쯤 되서 한번 연이어보기 신공을 써볼까 한다.

책은 총 3부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제1부는 '5.18항쟁의 역사와 영향' , 제2부는 '5월운동과 문화/예술', 그리고 제3부는 '5월항쟁의 정신' 을 다루었다. 한국근현대사를 책으로 공부할 때에는 느끼지 못할 일종의 슬픔 또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5.18 민주항쟁의 배경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 5.18 민주항쟁의 전개과정 및 그 의의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1. 5.18 민주항쟁의 배경

해방이 된 후 각 정치세력들은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크게 이승만을 중심으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려한 우익세력과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보았던 좌익세력으로 나뉘었다. 그들의 이념적 성향은 서로 달랐지만 모두 군주제가 아닌 민주적 공화제의 도입을 주장하였다.

남한에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이식은 미 군정의 과도 입법의원 창설과 보통선거제의 도입으로 본격화되었다. 단일정부 수립과정에서 좌파세력 및 대부분의 우파세력이 불참한 상황에서 이승만마저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책임제 아래에서는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협박하여 결국 헌법이 대통령제로 바뀌게 된다. 이로써 이승만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제1공화국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승만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1952년 및 1954년 각각 변칙적 방법으로 일인 장기집권을 시도하였다. 게다가 1960년 3월 15일 제4대 정/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정권은 이승만의 집권 연장을 위해 노골적으로 부정선거를 감행한다. 국민들은 이에 분노하였고 3월 15일 마산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 날 시위는 경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되었으나, 4월11일 최루탄이 눈에 박힌 김주열의 시체가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면서 4.19혁명이 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전국적인 규모의 시위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4월 26일 이승만은 대통령에서 물러나게 된다. 4월혁명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힘으로 집권자를 교체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한편 당시 유일한 정치적 대체세력이었던 민주당은 양원제와 내각책임제에 기초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여 제2공화국을 탄생시킨다.(대통령 윤보선/국무총리 장면) 그러나 보수/진보를 막론한 다양한 사회세력의 도전은 장면정부를 압박하였고, 이러한 복잡한 정세속에서 이승만 정권 말기때부터 정권 장악을 모의했던 군부세력은 민주당 정부의 무능과 국가안보 확보을 구실로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소장을 필두로 하여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후 1년 7개월간의 군정의 뒤를 이어 1962년 12월 17일 국민투표로 확정된 개정헌법에 의하여 1963년 10월 대통령선거와 11월 제6대 국회의원선거를 거쳐 12월 17일 대통령 박정희가 취임함으로써 제3공화국이 탄생하게 된다. 

한편 군부는 쿠데타 당시부터 반공과 함께 정책의 최우선적 목표를 경제성장에 두었기 때문에 박정희 정권이 통치하던 1960~70년대에는 국가 주도의 성장정책이 시행되었다. 경제개발은 일단 외형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지만(수출 신장률 40% 증가, 경제성장률 8.9%등), 이러한 경제발전전략은 민족적/국가적으로 값비싼 대가(한일협정체결, 베트남전쟁 파견, 농촌경제 파탄, 노동력 착취, 계급간/지역간 불평등 심화 등등)를 담보로 한 것이었다.

박정희와 정부여당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대통령의 3선연임을 허용하는 이른바 '3선 개헌'을 변칙적으로 통과시키고, 1971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가까스로 이겨 연임에 성공하게된다. 그러나 박정희는 이 과정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을 확인하고는 더이상 집권이 어렵다고 느끼게 된다. 마침 때는 냉전이 완화되고 당시 미국대통령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화해조치가 이루어지던 시기였고, 박정희는 이러한 세계적 분위기를 이용하여 7.4 남북공동성명을 추진하는데, 이는 철저히 유신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즉, 박정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하자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뒤 한국적 민주주의를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3개월 후인 1972년 10월 17일에  유신체제를 선포한 것이다. 유신헌법에서는 대통령의 연임 제한 조항이 철폐되고,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어용기구에 의해 간접선거제로 선출하도록 하였다. 또한 집권여당이 쉽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언론/출판/집회 자유 통제 및 긴급조치권이라는 악법을 통해 국민들의 저항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하였다. 이로써 제4공화국, 아니, '겨울공화국'이 탄생하였다.

한편 1978년 총선에서 제1야당인 신민당이 집권여당인 공화당보다도 더 많은 득표율을 올린데 이어,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이 유신체제에 대한 전면투쟁을 선언하였다. 그러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영삼이 총재로 선출될 당시 신민당 전당대회에 불공정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하였고, 김영삼 총재에 반대했던 신민당 세력은 김영삼을 총재직에서 박탈하기로 결정한다. 김영삼은 이러한 과정에서 분명 정부가 개입되었다고 판단하고 <뉴욕타임즈>에 미국정부가 독재정권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한국 국민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하였다. 공화당은 김영삼이 국가를 모독했다는 논리로 김영삼의 의원직까지 박탈하게 된다. 당시 유신체제를 반대하던 국민들의 대표격이었던 김영삼이 그렇게되자, 국민들은 공분하여 10월 16일부터 부산/마산/창원을 시작으로(부마항쟁) 대규모 시위를 벌이게 된다. 상황이 좋지않게 흘러감을 인지한 박정희는 계엄령을 선포하여 강경대응에 나서지만, 온건론을 주장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10월 26일 밤 살해되고 만다.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다음 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국무총리였던 최규하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최규하는 유신헌법에 의거하여 1979년 12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해 정식으로 10대 대통령에 선출되고, 계엄사령관으로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된다. 한편 군부는 박정희 피살사태에 대한 정국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정승화 세력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으로 갈라지게 된다. 전자는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과 민주정부의 수립을 목표로 하였고, 후자는 여전히 유신체제의 지속과 군부의 기득권 유지를 모색하고 있었다. 신군부세력은 박정희시절부터 군 내의 요직을 장악하면서 군 내의 실세로 자리매김한 집단이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특혜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의 염원을 져버리는 행동을 감행한다. 즉,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세력은 정승화를 제거하고 군권을 장악한 것이다. 게다가 최규하 대통령은 1980년 4월 14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앙정보부장서리로 겸임발령함으로써 전두환을 실질적인 최고권력자로 만들고 만다. 정치권은 이에 대응하여 3김씨(김종필,김대중,김영삼)를 중심으로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 대비함과 동시에 신군부세력의 정치적 음모에 대한 경계에 들어갔다. 3김씨는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직선제 개헌과 계엄령 해제, 민간정부로의 권력 이양이라는 기본 방향에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였다. 그러나 신군부는 군권장악 후 이미 민주화세력들의 저항에 대비하여 물리적 진압작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3김씨를 포함한 정치세력과 학생, 재야세력들은 이러한 신군부의 물리적 힘을 간과하고 있었다. 해방 직후의 불행한 역사가 다시 재현되려하고 있던 것이다.

 

2. 5.18 항쟁의 전개과정 

5.18 전야의 신군부 쿠데타는 국무위원들을 총검으로 위협해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를 관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학생, 정치인, 재야인사 등 총 2천 7백여 명을 한밤중에 전격 체포하고, 계엄포고령을 통해 집회금지, 정치활동 금지, 파업 금지, 언론 사전검열, 대학 휴교령 등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정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광주에서도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민주인사와 학생들이 대거 체포되고, 조선대 캠퍼스는 공수부대에 의해 점령을 당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전 9시경, 자신들의 일상을 위해 학교에 들어가겠다는 전남대 학생들과 휴교령에 따라 교내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군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었다.

(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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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6. 7. 15:52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학생활백서

대학생활 백서 
칼 뉴포트| 이영선| 한언 | 2005.10.20
원제  How to win at college | 페이지 227 | ISBN  8955962797|

 

이 책은 내가 대학교 입학 전에 친구에게 선물받았던 책이다. 맨 앞페이지를 펴보니 친구가 격려의 말까지 써놓았다.(감동) 당시엔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는 별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어서 (그래봐야 갓 졸업한 고등학생이었으니까..) 책을 덮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에와서 책장에 꽃힌채 먼지만 수북하던 이 책을 다시금 꺼내보게 되었던 건 이제 졸업을 한학기 앞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내 대학생활과 소위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학생활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신입생의 개강 첫 주

나는 개강 첫 주에 뭘했던가... 아마 개강총회에 가서 주량도 모르는 미성년인 주제에 참이슬로 병나발을 불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필름도 여러번 끊겼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깡으로 거의 치사량에 가까운 양의 술을 그렇게 마실 수 있었는지도 신기하다. 나는 초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내 바이올린을 배웠으므로 자신감있게 관현악부에 지원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처음 동아리방에 갔을 때의 그 뻘쭘함..(동기 중에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갔었다)나는 참지 못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정모 공지가 여러번 문자로 왔었지만, 시험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더니 3주만에 제명이 되었다. 자업자득. 그 후로는 공부에 큰 뜻을 품고 책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1학년' 으로서 도서관에서 은둔생활을 했다. 그것이 나쁜일은 아니었지만, 대학생으로서 썩 재미있게 지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그 꿈같은 시절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대학 1학년 새내기가 있다면, 내 말을 따를지어다. 열심히 공부한 당신, 공부는 적당히만 하고 어디로든 떠나라!

 

- 공강시간을 만들지 않는다

시간표를 짜다보면 공강시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파트의 요지는 그 비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라는 의미이다. 나의 경우도 현재 전공으로만 12학점을 듣는데, 여유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강시간은 좀 많다. 그러나 공강시간엔 왜이렇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고, 낮잠을 자고 싶고, 노래 한곡 하러가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는 너무나도 즐거워서 가끔은 다음수업 직전까지 떠드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이 시간대는 '유혹의 손길' 이 많은 시간인데, 책에서는 이 시간을 잘 활용하여 그 날 처리해야 할 잡일들을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공강시간을 빈둥거리게 되면 오전에 기상하면서 얻은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소진하고 만다. 확실히 이 말에 공감을 하는데, 그래서 난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기 보다는 헬스장에 간다. 운동을 하고 나면 오전에 행여나 골치아팠던 문제와 씨름했더라도 운동을 하면서 잊을 수 있고, 충분한 산소를 두뇌에 공급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 불가능한 일은 없다.

"성공적이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의 타입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그 수많은 학생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능성을 예측하는 놀라운 감각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끝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데 반해, 성공적인 학생들은 커다란 목표를 세워두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그들은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 누구보다 뛰어난 대학생활을 보내고 싶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이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실천하기가 힘든 일이다. 나름 학교에서 꼬꼬마로 취급받던 시절, 18학점을 들으면서 소설도 쓰고, 교육봉사도 하고, 교내 게임리그에 참가도 하고, 독서모임에도 참가하면서 동시에 6명의 과외학생을 두었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 학기에 장학금까지 탔으니, 확실히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성적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는듯 싶기도 하다. 그 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과 주머니가 든든했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은 요즘은 무엇을 하려고 하면 먼저 간을 보게 되어서, 대체로 계획했던 일에 착수하기도 전에 단념하고 마는 것 같다. 전공이 어려워지고 취업준비니, 대학원 준비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도 본인은 사실 알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스스로에게 점점 힘겨운 일이 되어가고 있음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에서 말하는 성공적인 대학생이 되기 위해 이번 방학도 각종 색다른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마음은 좀 늙었어도 해볼만한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덕분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만들지 말자.

"대학생들이 시간관리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규칙이 있는데, 바로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만들어봤자 대학생활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이 전날 계획한 대로 다음날 토시 하나 빼놓지 않고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전날의 우선순위와 당일날의 우선순위는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오늘 시험 공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갑자기 옛여인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자고 하면 도서관에서 공부나 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린다. "매일 아침 첫 수업을 듣기 전, 줄이 그어져 있는 빈 종이를 하나 준비하자. 그리고 왼쪽에 기상시간에서부터 취침시간까지의 시간을 적어둔다. 7시, 8시, 9시 , ... , 이런 식으로 두 줄에 한 시간씩 넉넉하게 적은 다음, 확실한 스케줄부터 표시한다. 일단 오늘의 수업시간을 표시하고, 밥먹을 시간, 팀프로젝트 미팅시간 같은 것들을 표시하고 나면, 남아있는 흰 공백은 하루 동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을 뜻한다. ... 아침에 적은 이 종이를 저녁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하루의 일정을 조정하도록 한다."

최근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위의 시간표를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는데, 사실 다른 것 보다도 내가 그날 무슨 일을 했었는지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어서 훗날 참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지루함에서 탈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모험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즐거움이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인데 미리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루하게 토요일 오후를 보내는 것보다는 유용할 것이다. 친구들을 모아 주말마다 친구들의 집이나 기숙사를 순회하며 파티를 열거나, ... 계획없이 무작정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거나, 새벽 4시에 영화를 보러가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동네 다방에 가본다거나,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하고, 혼자만의 파티도 여는 등 그 나이의 학생들만 할 수 있는 멋진 사건을 만들어보자!"

나는 일상에 지칠 땐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가곤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빡세게 자전거만 타는 것이 아니고, 남양주 방향으로 가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다가 좋은 풍경이 보이면 잠깐 앉아서 바람도 쐬고, 그동안 바빠서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도 한다. 그리고 돌아올 땐 자전거도로가 아닌 시내를 통해 돌아오면서 처음 보는 동네 구경도 하고, 마트에 들러서 음료수도 사 마신다. 동네에 돌아오면 어느새 해질녘이 되는데, 귀가하기 전에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라든지, 중,고등학교에 들러서 스탠드에 가만히 앉아 옛 생각을 추억하곤 한다. 20대 초반에는 불금이면 어김없이 시끌벅적하게 술판을 벌여놓고 밤을 새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조용히 혼자 자전거로 돌아다니면서 사색을 즐기는 것이 더 즐겁고, 때론 뭉클하기도 하다.

 

 

 

결국 성공하는 대학생이란 관심있는 분야에는 언제든지 총력을 기울여 시간투자를 하고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대학생을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도 자기만의 시간관리법, 자신만의 노트필기법, 자신만의 내용이해방식을 만들어서 사소하지만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글의 저자는 다트머스 칼리지를 최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지금이면 Post-Doc 일지도..) 수재다. 그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사실 미국의 대학생들보다도 취업에 대한 압박이라든지, 남자의 경우 군대문제 등등으로 인해 대학생활이 좀 덜 여유로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 자신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의 대학생은 빡빡하고 근면성실하게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실제로 힘들지 않은 상황에서조차도 스스로를 옥죄도록 만드는 것 같다. 심하게는, 별로 하는 것도 없이,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힘든 것 같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의식들이 흥미를 포기로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위에서 저자가 말하듯 무엇이든 불가능이란 없다고 생각하며 이것저것을, 제대로, 해보려고 노력한다면, 그리고 거기서 어떤 작은 성과라도 얻게 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시각이 얼마나 좁고 편협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매일매일을 새롭게 사는 것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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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5. 23. 23:30

(한권으로읽는) 조선왕조실록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박영규 저  |  웅진닷컴  |  2004.11.18  |  페이지 546  ISBN  8901047543

 

최근 SBS에서 방영 중인 <장옥정, 사랑에 살다> 를 보기 시작했는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게 된건 다분히 이 드라마 때문이다. 덕분에 별로 관심도 없었던 한국사 시험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있으니 스스로 대견하다며 자찬하고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국사내용도 거의 다 잊어버려서, 책을 읽으면서 익숙했던 내용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 새로배운 느낌.

조선왕조실록은 제1대 왕인 태조의 실록으로 시작하여 27대 왕인 순종의 실록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 책은 주로 각 시기의 왕들이 왕위를 물려받거나 찬탈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정치적 대립세력간의 갈등과 원인, 결말을 요약하여 소개하며 왕을 포함하여 각 시대를 빛낸 신하들이 세운 업적등을 간략하게 다룬다. 정말 가볍게 읽혀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물론 이 내용으로 시험을 친다고 하면 좀 더 공부를 해야겠지만, 나처럼 고등학교 국사가 아른거리는 불쌍한 영혼들은 하루 날잡고 이 책에 빠졌다 나오면 뿌듯한 느낌이 들지도. 한동안은 역사스페셜로 다음 리뷰에서는 5.18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책을 리뷰해보려고한다.(읽는중..)

 책 내용을 대략적으로 요약해볼까 한다. 

 

1. 조선의 개국, 그리고 피바람 부는 왕조

고려 말기 공민왕은 원나라 순종으로부터 무력진압의 압박을 받으며 왕위 보전에 위협을 느꼈고, 당시 여진의 남경에서 기반을 닦고 있던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과 합심하여 원에 대항하기로 한다. 이성계는 어린 시절부터 문무가 뛰어나기로 유명했고, 1356년 쌍성총관부 수복전쟁을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된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 사병을 육성하여 동북면 지역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면서 고려 변방을 지키는 주역으로 성장하게 되고, 1362년 원의 나하추가 이끄는 수만의 군사를 무찌르면서 공민왕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게된다. 그는 당시 경상도, 전라도에 창궐하던 왜구를 크게 물리치기도 하였다. 1388년, 수상격인 문하시중 바로 아래인 수문하시중이 된 그는 명나라가 고려를 속국으로 삼으려는 행태에 반발한 고려 정부의 지시로 명의 요동 정벌에 나선다. 그러나 위화도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요동을 정벌하려던 이성계는 압록강의 물이 불어나 강을 건널수 없었고, 사불가론을 위시하여 고려 정부에 정벌이 불가함을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위화도 회군을 감행하여 군사를 통해 정부를 장악한다. 그리고 1392년 7월 공양왕을 내쫓고 정도전, 조준, 남은, 이방원 등의 추대를 받아 고려 국왕으로 등극했다. 그는 국호를 조선으로 바꾸고 수도를 한양으로 옮겨 조선을 개국하게 된다. 그러나 이방원(정안대군)에 의한 제1차 왕자의난, 제2차 왕자의 난으로 인해 조선왕조는 시작부터 피비린내나는 왕권 찬탈과 정치세력싸움에 휘말리게 된다.(태조-정종-태종)

2. 세종의 왕도정치와 조선의 영화 , 또다시 부는 피바람.

1418년 6월 태종의 셋째 아들 충녕은 왕세자에 책봉되고 두 달 후인 8월에 태종의 양위를 받아 즉위한다. 조선의 제4대 왕 세종은 조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유교정치와 찬란한 민족문화를 꽃피웠을 뿐만 아니라 후대에 모범이 되는 성군으로 기록되었다. 태종이 이룩해놓은 왕권의 안정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기틀을 확립한 시키였다. 집현전을 통해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고, 유교정치의 기반이 되는 의례제도가 정비되었으며, 다양하고 방대한 편찬 사업이 이루어져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훈민정음의 보급, 농업과 과학기술의 발전, 의약기술과 음악 및 법제의 정리, 공법의 제정, 국토의 확장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민족 국가의 기틀을 확고히 다져나갔다.

과다한 업무에 시달려 건강이 악화된 세종은 왕세자인 향을 통해 8년간 섭정을 하게되고 1450년 2월 세종이 죽은 후 향은 왕(문종)으로 등극하였다. 그러나 세자 시절 업무 과중으로 건강이 악화되어있던 문종은 아버지와 같이 재위기간의 대부분을 병상에서 보내야했다. 따라서 많은 후사를 내지 못하였고 어린 세자 홍위를 남긴채 즉위 2년 3개월 만에 병사하고 만다.

한편 세종과 단종이 병으로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동안 세종의 다른 아들들의 세력이 팽창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겨우 12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이었기 때문에 왕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세종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은 어린 왕을 보필한다는 명목으로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1453년 10월 계유정난을 일으켜 자신과 척을 지고 있던 김종서 및 조정 대신들을 피살했다. 수양은 왕의 측근들까지 죄인으로 몰아 유배시켰고, 이에 위험을 느낀 단종은 왕위를 내놓고 상왕으로 물러나게 된다. 결국 단종은 17세의 나이로 사사되고 만다. 그리고 수양은 스스로 왕위에 오르게 되니 그가 바로 제7대 왕 세조이다.

3. 세조의 강권정치와 문치의 후퇴

세조는 내용에 상관없이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은 가차없이 제거하고, 반대로 자신에게 복조아는 인물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했다. 그는 철저한 측근정치를 펼쳤는데 특히 왕이 지명한 삼중신(한명회, 신숙주, 구치관)이 승정원에 상시 출근해 왕자와 함께 모든 국정을 상의해서 결정하는 원상제를 실시하였다. 그는 1468년 9월에 왕세자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그 다음날 죽게된다. 세조의 정치는 왕권 강화에 기여한 면은 있지만, 정치 문화에서는 무단 강권 정치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저급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세조의 맏아들 의경세자는 세조가 즉위하자 18세의 나이로 즉시 세자로 책봉되어 왕위 계승 수업에 들어갔지만, 2년 뒤에 별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하고 만다. 결국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이었던 해양대군이 세자로 책봉되었고, 19세의 나이에 세조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아 수강궁에서 즉위하였으니 그가 예종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 1년 2개월이라는 짧은 재위기간을 끝으로 운명을 달리하였다. 게다가 그가 성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후인 정희왕후의 섭정과 원상제도에 의한 두 가지 형태의 지원을 받으며 왕권을 행사해야 했으니, 왕권이 미약할 수 밖에 없었다.

4. 성종의 도학정치와 조선의 태평성대

예종이 죽던 날 정희왕후 윤씨는 자신의 장자인 의경세자의 둘째 아들 자을산군을 왕위에 앉혔다. 조선 역사상 왕이 죽은 날 바로 다음 왕을 앉힌 예는 없었기에 조정 대신들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정희왕후의 뒤에는 한명회, 신숙주 등의 권신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아무 저지도 하지 못했다. 결국 조선 제9대 왕으로 13세의 자을산군(성종)이 결정되었다. 성종이 성인이 되어 정희왕후의 7년 간의 수렴청정이 끝났지만, 성종은 치세에 능해 권신을 견제하기 위해서 사림 세력을 끌어들여 권력의 균형을 이룸과 동시에 유교사상을 더욱 정착시켜 왕도 정치를 실현해 나갔다. 그는 원상제도를 폐지하여 왕명 출납과 서무 결재권을 되찾았고, 훈신과 사림 간의 세력 균형을 이룸으로써 왕권을 안정시켰다. 또한 성리학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면서 불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였다. 고려부터 조선 초 까지 1백여 년간에 걸쳐 반포된 여러 법전, 교지, 조례, 판례 등을 총망라하여 세조때부터 편찬해오던 <경국대전>이 1485년에 완성되었고, 각종 문화 서적들을 편찬해 민간 생활의 질을 높였다. 또 성리학자들을 정계에 진출시켜 학문과 정치를 하나로 묶었으며, 조선의 정치이념인 유교를 완전히 정착시켜 민간 교화에 성공했다. 게다가 변방의 야인을 토벌하여 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남방의 왜구들은 외교적으로 관리하며 지배하였다. 이는 민생의 안정과 태평성대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말년에 왕비 윤씨가 그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내는 폐비 윤씨 사건이 나게되고, 이후 연산군 대에 이르러서 갑자사화로까지 번지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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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5. 16. 20:18

[특집편] 유명한 패러독스들 - The important paradoxes

 

독서경시대회도 끝나고, 2차시험도 끝났지만 시험공부 한다고 다른 책을 전혀 접하지 못한 탓에 이번에는 리뷰 대신 평소 정리해두고 싶었던 내용을 기록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학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주목할만한 다양한 논리적 역설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실질적으로 이런 역설들에 의해 논리학은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루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아주 흥미로우면서 어렵지 않은 내용들이므로 심심풀이 땅콩으로 유식한 척 하기엔 딱 좋다. (물론, 내가 그런걸 즐긴다는 건 아니다)

 

1.  러셀의 패러독스 (1902)

아마도 논리학을 접하지 않은 일반인조차도 이 러셀의 패러독스나 이것의 변형된 버젼을 어디선가 접해봤을 것이다.

러셀의 패러독스의 형식적 버젼을 쓰기 전에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보자.

안암동에 사는 한 이발사가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이발을 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이발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는 자기 자신을 직접 이발하는 사람인가?  --- (*)

만약 그가 자기 자신을 직접 이발한다고 가정하면, 그는 직접 이발을 하지 않는 사람에 해당되므로 모순이 발생하고, 그가 자기 자신을 직접 이발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그는 그 자신을 이발해야만 하는 모순이 생긴다.

단순해 보이는 위의 (*)문장은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위의 문장을 수학의 집합을 이용하여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러셀의 패러독스 형식적 버젼을 얻는다.

\text{let } R = \{ x \mid x \not \in x \} \text{, then } R \in R \iff R \not \in R

R이란 집합이 위와 같이 자기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집합을 포함하는 집합이라고 가정하면 R은 자기자신에 포함되면서 동시에 포함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R이 자기 자신에 포함된다고 가정하면, R의 성질에 의해 R은 자기자신에 포함되지 않아야만 하고, R이 자기자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다시 R의 성질에 의해 R은 자기자신에 포함되는 집합이 된다.

이 러셀의 패러독스는 수학자 버드런트 러셀이 집합론 연구 중 발견한 논리적 역설로, 이로 인해 20세기 초에 대두된 소위 '수리기초론' -- 수학을 견고한 논리(그 당시, 집합론) 위에 다시 세우려는 일련의 시도들 -- 은 시작되기도 전부터 풍비박산이 날 지경이 되었다.

그러면 러셀의 패러독스가 나오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 만약 많은 수학자와 논리학자들이 러셀의 패러독스를 극복하지 않았다면 무슨 근거로 우리는 현대 수학을 믿음직스럽다고 할 수 있었을까? 다행히도, 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러셀의 패러독스를 극복(여기서는, 피해간다는 표현이 맞을듯 싶기도 하다)하는데, 그것은 위의 러셀의 패러독스의 형식적 버젼에서 등장하는 R과 같은 집합을 집합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서 러셀의 패러독스 및 그 비스무레한 논의들(자기 자신을 언급하는 일련의 패러독스들)을 집합론으로부터 배제시키는 것이었다. 우리의 직관은 "모여있는 모든 것"을 뭐든지 집합으로써 인식할 수 있지만, 이것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집합의 존재를 관철시키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미 직관과 논리의 gap은 다소 구체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역설은 논리에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언급' 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2. 칸토어의 패러독스 (1899)

주어진 두 집합이 A = {1,2,3,4} , B = {5,6,7,8}과 같이 유한집합일 때, 우리는 A와 B의 원소의 개수를 셈으로써 A와 B가 같은 개수의 원소를 갖고 그러므로 두 집합의 크기가 같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러면 주어진 집합들이 무한인 경우는 어떻게 두 집합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을까? 단지 '둘다 무한이니까 어떤 것이 더 많은 원소를 가지는지는 알 수 없다' 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직관은 종종 그 이상을 암시한다. 예를 들면, 모든 자연수의 집합을 N이라고 하고 모든 유리수의 집합을 Q라고 하면, N은 Q에 속하고, N에 있지 않은 수많은 원소들(이를테면, 분수꼴의 수들)이 Q에 속해있기 때문에 Q의 집합의 크기는 N보다 크다는 걸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Q와 N은 모두 무한집합이라는 것을 주목하자. 우리는 방금 다음과 같은 명제를 참이라 생각하고 사용했다.

"A가 B에 속하면 B의 크기는 A와 같거나 더 크다."

이 명제는 확실히 A와 B가 유한집합일 때는 맞는 이야기이다. 원소의 개수를 일일이 세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명제가 무한집합에 대해서도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집합의 원소가 무한히 많기 때문이다. 19세기 수학자 칸토어가 세운 업적 중 가장 위대하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무한집합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던 일이다. 그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 보였던 예시로 돌아가보자. A = {1,2,3,4} , B = {5,6,7,8} 로 주어져 있을 때, 두 집합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앞서 보았듯이 두 집합의 원소의 개수를 세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두 집합의 원소를 둘씩 짝지어보자. 예를들어, 1과 5, 2와 6, 3과 7, 4와 8 을 서로 짝지으면 A와 B의 원소는 모두 빠짐없이 짝지어지게 된다. 한편 A = {1,2,3,4,5} , B = {5,6,7,8}로 주어져있고 방금과 같이 짝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A의 원소인 5는 B의 어떤것과도 짝지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A의 크기가 B보다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단순해보이는 방법론이 무한집합의 크기를 비교하는데 이용된다.

모든 자연수의 집합을 N이라 하고 모든 짝수 집합을 Ne 라고 하자. 즉, N = {1,2,3,4, ...} 이고 Ne = {2,4,6,8,...}이다. 직관적으로 볼 때, N의 크기는 Ne보다 클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이 N과 Ne의 원소를 남김없이 짝지을 수 있다.

                  N                                                                   Ne

                  1                            - >                                    2

                  2                            - >                                    4

                  3                            - >                                    6                 

                  4                            - >                                    8

                ....                            - >                                  ....

그런데 왜 이렇게 짝을 지으면 서로간에 남는 원소가 없다고 확정지을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짝을 짓는 원소들 사이에 존재하는 규칙성 때문이다. N의 주어진 원소 n에 대하여 2n 에 해당하는 원소가 항상 Ne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짝짓기를 다음과 같이 함수를 포함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N과 Ne 사이에는 일대일대응함수인 f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칸토어는 집합의 상등(相等)(크기가 같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A와 B가 상등일 필요충분조건은 A와 B사이에 일대일 대응인 함수 f가 존재하는 것이다."

집합의 상등을 위와같이 정의하는 동시에 아주 신기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방금 예시에서 보았듯이 짝수 전체의 집합인 Ne 에 비해 N은 직관적으로 볼 때 두배나 많은 원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집합은 서로 크기가 같다. 심지어 N과 Q사이에도 적절한 일대일 대응함수가 존재함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자세한 증명은 생략한다) N과 Q의 크기도 서로 같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무한집합끼리는 모두 다 크기가 같은 것 아냐?'

그러나 칸토어의 대각정리(Cantor's Diagonal Theorem)에 의해 실수 집합 R은 자연수의 집합 N보다 크기가 더 크다. 칸토어의 대각정리는 시간이 허락하면 증명을 적어보기로 하겠다. 왜냐하면 증명의 내용은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을정도로 쉬운데다가 그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며 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방법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제 칸토어의 패러독스를 설명할 차례다. 칸토어는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혔다.

"임의의 집합 A에 대하여 그 멱집합(Power set) P(A)의 크기가 더 크다." --- (**)

멱집합이란 주어진 집합의 모든 부분집합을 포함하고 있는 집합이다. 예를들면, A = {1,2,3} 이라고 주어졌을 때 P(A) = { ø, {1} , {2} , {3} , {1,2} , {2,3} , {1,3} , {1,2,3} } 이다. 위의 명제 역시 당연히 유한집합에서는 성립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명제가 무한집합에 대해서 성립하는지는 증명이 필요하다. 어쨌든, 칸토어는 어렵지 않게 위의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모든 집합의 집합" 을 U라고 하자. 즉, U에는 모든 집합이 다 포함되어 있다. (**)에 의해 (1)그것의 멱집합인 P(U)는 위의 명제에 따라 자기 자신인 U보다 크기가 크다. (2)한편 U는 모든 집합의 집합이기 때문에 P(U)는 U에 속하게 된다. 

또한 임의의 집합 A와 B에 대하여 A가 B에 속하면 이 둘이 무한집합이더라도 A의 크기가 B의 크기보다 클 수는 없다는 것이 알려져있다. 그러므로 U의 크기는 P(U)보다 크거나 같다. 정리하면,

(1) [U의 크기] < [P(U)의 크기]

(2) [U의 크기] >= [P(U)의 크기]

가 된다. 서로 모순되는 결론이 동시에 도출되고 마는 것이다. 이를 칸토어의 패러독스 라고 한다.

그러면 이 패러독스는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논리학자들은 골치아픈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골치를 썩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이 문제를 정면돌파하기 보다는 이러한 문제와 만나지 않도록 우회하는 것을 선택한다. 즉, '모든 집합의 집합' 인 U와 같은 집합을 집합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런 집합을 논리적으로 다룰 일이 없도록 한 것이었다.

이러한 패러독스들의 첫 종착지는 대략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라고 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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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5. 3. 13:01

학문의 즐거움 - 배움의 길, 창조의 여행, 도전하는 정신, 자기발견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방승양| 김영사 |2008.07.28
페이지 246| ISBN  9788934930662|판형 A5, 148*210mm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은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접했던 몇 안되는 귀중한 서적 중에 하나이다. 이 책은 과거 천재 수학자, 과학자들의 재능과 면모를 찬양하기 바빴던 여타 일대기들과 달리 그 당시 내 마음에 확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이 녹아있었다. 어느 학문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질투와 좌절을 느끼기 쉽다. 이 책은 먼 미래의 꿈을 향해 달리는 평범한 사람이 수많은 천재들 속에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그 꿈을 관철시켰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 소개

 

히로나카 헤이스케 (広中平祐 (ひろなかへいすけ), 1931년 4월 9일 - )는 일본의 수학자이다.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난 그는 교토 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친 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대수기하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도교수는 오스카 차리스키(Oscar Zariski)였다. 같이 동문수학했던 유명한 대수기하학자로는 데이비드 멈퍼드(David Mumford)와 마이클 아틴(Michael Artin), 스티븐 클라이만(Steven Kleiman)이 있다. (참고로 이들은 하나같이 현대 수학계의 세계적인 거장이다)

히로나카의 가장 유명하고도 중요한 업적은 1964년에 증명한 〈위수 0인 체 상에서 정의된 대수다양체의 특이점해소 정리〉로,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발간하는 수학연보(Annals of Mathematics)에 두 번에 나누어 출판되었다. 이 업적으로 히로나카는 1970년에 필즈 메달을 수상하게 된다. 일본인으로써는 고다이라 구니히코에 이어 두 번째로 필즈 메달 수상자가 되었다. 세 번째로 수상한 일본인은 모리 시게후미이며 1990년에 3차원 대수다양체의 최소모델에 대한 기여로 필즈 메달을 수상하였다. 세 일본인 수상자 모두 대수기하학을 공부한 수학자였다.

히로나카는 오랫동안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한 후 일본의 야마구치 대학교 학장을 거쳐, 현재는 소조가쿠엔 대학교 (創造学園大学)의 이사장으로 있다.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일본의 수학 교육에 많은 기여를 했었다.

2008년 3월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석좌교수로 초빙되었다.

 

 

필즈상이란?

필즈상은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산을 기금으로 만들어진 상이다. 수학자 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국제 수학자 회의에서 현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세웠다고 생각되는 40세 미만의 두서너 수학자에게 필즈상을 수여한다. 필즈상 수상은 수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예로 여겨진다.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 없기 때문에 '수학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려진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그의 이야기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

 

나는 30년 남짓 수학이라는 학문 세계에서 살아오면서 가우스 같은 생명력이 긴 천재를 몇몇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신은 왜 이렇게 장난을 좋아할까?" 하고 탄식하곤 했다. 재능을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지 않은 것을 신의 장난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세상은 참으로 넓다. 나는 스물여섯 살에 미국의 메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에 유학 온 후부터 오늘날까지 세계 도처에서 무의식중에 오한을 느낄 정도의 천재들을 몇 사람 만나 보았다 ... 여담이지만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도 같은 해에 탄생한 박사들 중에서 나는 제일 나이가 많았다. 그 중에는 나보다 일곱 살이나 아래인 스물두 살의 학위 취득자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졸업식장 한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 p24~25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학교 시절에 장시간 걸려서 푼 문제 중에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 난 2주일 동안 다른 공부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고, 밥 먹을 때나 화장실에 갈 때나 이 문제를 푸는 데만 열중했다. ... 길을 걸어가면서도 그것만 생각하다가,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혀서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에게는 대단히 귀중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p55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하는 것보다는 끝까지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게 나의 신조이다. 이러한 신조가 몸에 배어서인지 나는 한 가지 문제를 택하면 처음부터 남보다 두세 배의 시간을 들일 각오로 시작한다.... 또 그것이 보통 두뇌를 가진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p57

 

"격의 없이, 그러나 거리를 두고"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어떤 경우에도 마음이 맞는다든가, 의기투합할 수 있다든가 하는 것으로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을 삼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 없는 것을 갖고 있는 친구,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친구를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사귀어 왔다. 그 때문에 아주 친해지더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내 안에 있는 작은 세계에 친구가 들어오려고 할 때에는 단호히 배격하려고 노력해왔다. ... 즉 아무리 친하고 존경하는 친구더라도 그 친구에게 홀딱 빠져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던 경험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영어에 loneness(고독)와 loneliness(외로움)라는 단어가 있다. 이 두 단어의 뜻은 상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명확히 서로 대립하는 것이다. loneliness는 loneness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인간의 감정을 나타낸 말이다. loneness를 잃었기 때문에 loneliness가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loneness를 확고히 갖고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어떤 삶과 어떻게 접하더라도 loneliness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 p81~82

 

"시작이 반"

 

뭐든지 상관없으니 하여간 논문을 쓰자고 결심한 날부터 석 달 정도 걸려서, 나는 첫 논문을 완성하여 교토 대학의 <이학부기요>(1957년 30호)에 발표하였다. ...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논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좋지 않았다. 제일 신랄한 것은 미국의 <Mathematical Review>라는 잡지에 실린, 당시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로젠리히트 교수의 짧은 논평이었다. ... "이 논문의 주된 결과는 그가 인용한 문헌 속에서 이미 증명된 것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것이었다. ... 파리에 유학하여 27세에 필드상을 받은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 세레(Serre)를 만났을 때도 "당신의 논문은 인용한 참고문헌에 대부분 씌어진 것이더군요."라고 지적당했다. ... 나는 그때 쥐구멍에라도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혹평을 받은 논문이었지만, 역시 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 이 졸작의 논문을 통하여 하나의 발판을 만들수가 있었다 ... 나는 이 논문을 씀으로써 자기 나름대로의 착상을 키우려는 창조의 자세를 실제 체험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는데 이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문제와 함께 잠자라"

 

나는 그동안 말 그대로 특이점 해소라는 문제와 함께 잤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문제의 어려움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미지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때 약간 실망스러운 일이 생겼다. 프랑스 수학계를 대표하는 슈발레(Chevalley)라는 사람이 있었다. ... 그 슈발레가 특이점 해소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이점 해소의 문제가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그것이 풀린다 할지라도 그때는 벌써 대수기하학의 일반론이 발전하여 특이점 해소의 가치가 많이 적어질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 그 후 나는 존경하던 수학자 그로센딕에게서도 사기가 꺾이는 말을 들었다. ... "4차원의 특이점 해소가 거짓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하게 하면 된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기를 죽이는 일이 겹치는 반면에 나를 격려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 자리스키 선생님은 지나가던 나를 세우고 "물기 위해서는 이를 단단히 하라"고 말하고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 새로이 결심하고 특이점 해소에 도전한 지 얼마가 지난 후에 나는 드디어 마지막 일선까지 풀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

논문이 발표되고 나서 얼마 지난 후의 일이었는데, 자리스키 선생님이 미국 수학회 회장직을 그만두면서 한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히로나카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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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을 지키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성실함이란 것이 일종의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한 삶에는 목표가 필요하지만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한다는 강박이나 각오같은 것은 필요치 않다. 되려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뭔가를 하고싶으면 단지 아무생각 하지 않고 그것을 해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날이 매일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당신은 그 일에 대해 '성실한 사람'이 될 뿐이다. 한마디로 성실함은 자신이 몰두하는 일이 자신의 몸과 삶에 밴 결과 그 자체인 것이다.

당신이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가? 그 일을 착수하여 어느정도의 성과를 얻었는가? 여러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혀 성과를 얻지 못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그 일이 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자신에게 단 한 번이라도 준 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성실함은 실력이 되고 실력은, 적어도 학문에 있어서는, 권력이다.

 

 

p.s. 요즘 시험이 겹치고 겹쳐서 평일날 다른 분들의 글에 코멘트를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주말에 꼭 읽고 답글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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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4. 26. 20:25

당신들의 천국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 문학과지성사 | 2012.09.28 | ISBN  9788932020914 

 

 

소록도에 대한 나의 기억

중학생 시절 나는 소록도라는 곳으로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당시 다니던 교회에서 '따라오면 봉사활동 시간을 다 채워주겠다'고 해서 따라간 것이었다. 그 당시엔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했던 곳인데, 지금 소록도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2009년에 소록대교가 완공되어 이제는 차를 타고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한센병이 뭔지도 잘 몰랐던 나는 소록도에서 지내던 3박4일 동안 그 병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이고 삶을 처참하게 만드는 병인지 알게되었다. 솔직한 말로는, 한센환자를 병원에서 처음 보았을 때, 그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 큰 혐오감을 주었는데, 왜냐하면 내가 보았던 사람들마다 예외없이 팔이나 다리 한쪽이 없거나, 그것이 아니면 눈이 없거나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마치고 섬을 떠날 때는 그들도 나와 동류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센병 환자라는 이유로 죄인처럼 살아와야 했던 인고의 세월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소록도의 역사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기원은 구한말 개신교 선교사들이 1910년 세운 시립나 요양원에서 시작되었다. 1916년에는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조선총독부소록도 자혜병원으로 정식으로 개원하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한센병 환자를 강제 분리·수용하기 위한 수용 시설로 사용되면서, 전국의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 수용되기도 하였다. 당시 한센병 환자들은 4대 원장 슈호 마사토(周防正秀)가 환자 처우에 불만을 품은 환자에게 살해당할 정도로 가혹한 학대를 당하였으며, 강제 노동과 일본식 생활 강요, 불임 시술 등의 인권 침해와 불편을 당했다. 소록도 안에는 일제 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의 수용 생활의 실상을 보여주는 소록도 감금실과 한센병 자료관, 소록도 갱생원 신사 등 일제 강점기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건물과 표지판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소록도는 섬의 전체가 국유지로 일반적인 주민은 거주하지 않으며 대부분 섬 주민은 국립 소록도 병원의 직원 및 이미 전염력을 상실한 음성 한센병 환자들이다. 또한 환자의 대부분은 65세를 넘긴 고령자이다. 환자들의 주거 구역은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다. (병원의 직원등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거주 하는 관사지대(소록리 1번지)과 환자들이 거주하는 병사지대(소록리 2번지)로 나뉘며 병사지대는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 되어 있다.)

- 출처 :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C%86%8C%EB%A1%9D%EB%8F%84

 

 

 

당신들의 천국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하여 소록도병원에 취임한 새 병원장 조백헌과 소록도 섬 주민들과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1부에서는 현역 대령인 조백헌이 소록도의 병원장으로 취임하여 그곳 환자들에게 좌절감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축구팀 운영, 득량만 매몰공사 등을 추친하는 등 애쓰는 내용이고, 2부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매몰공사로 인해 내,외적으로 갈등하는 조백헌 원장과 소록도 주민들을 그리고 있으며, 3부는 섬을 떠났던 조백헌 원장이 한 사람의 주민으로 소록도에 다시 돌아와 음성환자인 윤해원과 비환자인 서미연의 결혼 주례를 맡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크게 보면 지배-피지배 계층간의 갈등관계를 그리고 있고, 작가는 사실상 '인간 사회의 천국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조백헌이라는 인물을 통해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병원에 갓 취임한 원장은 의욕이 없고 무심하며 호응없는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따르도록 요구한다. 물론 그의 의도는 주민들을 위한 것이었다. 반면 주민들은 원장의 지시를 적당히 따르지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득량만 매몰공사에 착수하기 전 조원장은 주민들에게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신을 위해서는 어떠한 공훈이나 명예도 좇지 않을 것이며, 보답을 바라지 않고 우상도 만들지 않을 것임을' 서약한다. 그러나 무리한 매몰공사는 원장과 주민사이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고, 심지어 태풍이라는 악재, 그리고 공사 자체를 다른 업체에게 인계하고 병원을 떠나라는 윗선에서의 압박까지 겹쳐 조백헌 원장은 마음을 비운다. 그 때 섬의 장로인 황희백 노인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그건 이 섬에서야말로 자유라는 것보다도 더욱더 귀중한 다른 무엇으로 행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인 게야. 자유보다도 더 귀하고 값진 것이 무엇인고 하니 그게 바로 사랑이거든. 이 섬에선 자유보다도 사랑으로 앞서 행했어야 한다는 말씀이야." 3부의 마지막부분에서 조원장은 그의 화해적 성격을 보여준다. "흙과 돌멩이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먼저 이어져야 합니다."

이청준은 이 소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첫째로 힘의 행사는 사랑과 자유 위에 기초해아만 하는 것이며, 둘째로는 한 사람의 천국이 다른 사람에게 천국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천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책 맨 뒷편에서 문학평론가 김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유 없는 힘은 끊임없는 배반만을, 사랑 없는 힘은 강요된 의무만을 낳을 뿐이다. 자유와 사랑에 기초한 실천적 힘이야 말로 인간 사회를 천국으로 만드는 기본 여건인 것이다"

"이청준의 유토피아는 헉슬리나 오웰과 마찬가지로 멋진 신세계도, 닫힌 동물 농장도 아니다. 그것은 변모할 수 있는 열린 천국이다. ... 개인의 자유로운 결단과 선택이 없는 천국은, 그 천국을 버릴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하지 못한 천국은 이미 천국이 아닌 것이다."

문학비평가 정과리는 이 작품을 인간과 환자의 대립구도로 해석한다.

"작가가 3부의 조원장의 변모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그러한 사정일 것이다. 첫째, 인간과 환자는 서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병은 인간의 보편적 조건 혹은 인간의 이면이라는 것, 둘째, 그럼에도 인간/환자를 구별하고 그 사이에 절대적 우열 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식,무의식이 인간의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 셋째,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한 개인의 유별난 힘이나 윤리적 결단에 의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개인들 하나하나가 그것을 깨닫고 '작고 보잘것없는 일'에서부터 하나하나 힘을 모아 믿음을 넓혀나가고 무언가를 이루어나가도록 하는데서 가능하다는 것."

 

당신들의, 당신만의 천국이 아니라 우리들의 천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어느 사회집단에서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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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4. 12. 21:19

작가 - 작가가 되는 길, 작가로 사는 길

작가

박상우| 시작 | 2009.07.06 | 페이지 275 | ISBN  9788901097855

 

이 책은 내가 군에 있던 시절 읽었던 책이다. 나는 군에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순 없었지만 그냥저냥 장르소설 읽는 걸 좋아해서 평소에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 읽는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 나도 이런 소설들처럼 재밌게 써봤으면 좋겠다'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침 그 시기에 국방부 주최의 병영문학상이 있어서 나는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주변에서 조언을 얻을 방법이 딱히 없었던 나는 휴가를 나왔을 때 소설을 쓰는데 도움을 줄만한 책을 찾으러 서점에 갔는데, 그 때 만난 것이 이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휴가를 포함해 총 3달을 걸쳐 완성시킨 내 졸작은 제출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상자 중에는 내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알고보니 동명이인이었더라는 씁쓸한 이야기이다. 뭐, 지인들에게 내가 쓴 소설을 보여주었을 때의 수많은 비판과 악담들 속에서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제출까지 했던 그 때 나의 용기와 집념에 대해선 연민을 느낄 정도이다. 나는 그 전까지 소설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던데다가, 고등학교 시절 가장 싫어한 과목이 문학이었기 때문에,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기특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신기했다. 진짜 군대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걸까?

 

서점에는 글쓰기와 관련한 책들이 많았는데, 나처럼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는 사람이거나, 글을 한창 쓰고있는 작가지망생들에게 이 책은 아주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설의 기술을 익히기 전에 작가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요즘은 컴퓨터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이동중에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작가지망생은 더욱 더 많아졌다. 그런데 왜 이토록 사람들은 글을 쓰고싶어하는 것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을 쓰고 싶어하거나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의 본질은 자기현시욕이다. ... 그것은 곧 남과 다른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자의식이자 자각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외부로 드러내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망이다. ... 문제는 내 안에 있다고 믿게 되는 '남다른 무엇'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여러 가지 분석 글 중 가장 그럴 듯하다고 여겼던 것은 작가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고아 의식'이나 '업둥이 의식'이다. 가족과 살면서도 버림받은 느낌에 시달리고, 자신은 원래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나 왕자의 신분인데 마법에 걸려 이런 고통스런 현실을 살고 있다는 변형된 의식 때문에 무의식중에도 남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요컨대 그것 때문에 현실에 동화되지 못한 채 외톨이가 되거나 비현실적인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견해이다. ... 출생과 성장과정의 불행, 정지된 행복과 언젠가 반드시 이루게 될 신분회복의 반전 드라마를 위해서는 도리 없이 한 편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  p. 26

 

그렇기에 글을 쓴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의 글에는 '자기'가 많이 투영되어 있다고 한다. 글쓰기를 통해 그 사람은 현실에서 얻지 못한 자유와 해방을 얻는다. 일기를 쓰고나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한편, 작가의 삶이 실제로 어떤지 잘 모르는 대부분의 잠재적 지망생들은 유명작가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들을 막연히 부러워하고, 맹목적으로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막무가내로 쓰다가 어느 순간 본말전도가 되어버려서 글쓰는 일에 흥미를 잃고 결국 작가의 길에서 멀어지고 만다.

저자는 이렇게 '껍질뿐인 문학'을 가진 수많은 작가지망생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항상 질문을 하라고 조언한다. '문학은 나에게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쓸 수 있는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부터 '나는 전업인가, 무직인가?', '장편이냐, 단편이냐?' 등의 작가로서의 삶에서 맞딱뜨리게 되는 실질적인 문제까지 말이다. 실제로 책에는 작가지망생과 저자의 QnA내용이 써있는데, 실제 작가지망생들과 작가들의 삶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다.

 

책의 전반부는 지금까지 언급했던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즉, 작가의 삶의 실체를 까발리고, 이걸 알고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각오를 하고 각고의 노력을 하라는 내용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창작에 필요한 기법과 기술들이 적혀있는데, 여기에서는 상세히 다루지 않겠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말하자면 이 책의 주제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을 기르고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가?' 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볼 때 쉽게 예상 가능한 답이지만 저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첫째도 성실, 둘째도 성실, 셋째도 성실이다.

뻔한 이야기에 대해서 내가 얻은 것도 아주 뻔한 것이었다. '아, 어디서든 프로가 되려면 정말 성실해야겠구나!' 그러나 이 책을 계기로 나는 머리로만 알던 '성실'을 몸소 실천해보려는 노력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심지어 요즘 공부를 하다가도 지치거나 게을러지는 것 같다고 생각되면, 이 책을 펴보곤 한다. 그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은 어떤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건 본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문학도로서 뿐만 아니라 프로로서의 태도와 정신에 대한 '일반론'을 다루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더욱 이 책에 애착이간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이상문학상 수상소감을 인용하면서 마치려한다.

 

해발 650미터의 고산지대. 돌아보기도 끔찍스럽지만, 그때 나는 한없이 냉소적인 심정으로 자살을 꿈꾸고 있었다. 소설을 쓰겠노라, 3년을 작정하고 들어간 광산촌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덧 4년 8개월이 돼 있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출구라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써서 응모한 소설, 그것도 또한 나의 재능과는 무관하다고 판명되었는지 심사기한이 훨씬 지났음에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해발 650미터의 고산지대에는 어느덧 을씨년스런 겨울 풍경이 완연해지고 있었다. 지겨운 청춘, 이제 더 이상 내가 지상에 남아 있어야 할 대의와 명분이 무엇이란 말인가.

2교시 수업이 진행중이던 교실 창가에 서서 나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때 텅 빈 학교 운동장으로 인줏빛 오토바이 한 대가 진입했다. 우체국이나 전신전화국 직원들이 타고 다니는 소형 오토바이. 그것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오토바이가 내 당선 통지서를 전해주러 오는 축하의 메신저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열망과 자괴감.

그것은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었다. 그날 2교시 수업중에 내가 본 인줏빛 오토바이. 그것이 실제로 나의 당선 통지서를 배달하러 온 때문이었다. 2교시 수업이 끝난 직후에 나는 축전을 받아들었고, 그것을 또 다른 인생으로 나아가게 하는 장도의 여행권으로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축, 당선!

 

               - 박상우, 1999년 이상문학상 수상소감 <인줏빛 오토바이를 생각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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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2013. 3. 29. 15:25

상대성 이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
일본 뉴턴프레스 저 | 뉴턴코리아| 2009.07.08
페이지 176     ISBN  9788955377996

 

감수

사토 가쓰히코(佐藤勝彦)
일본 도쿄 대학 이학부 교수. 이학 박사. 1945년 가가와 현(香川縣) 출생. 교토 대학교 이학부 물리학과 졸업. 천체물리학과 우주론 전공.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창시자 중 한 사람.

 

목차

1장 다이제스트 상대성 이론
2장 상대성 이론이 나오기까지
3장 특수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4장 일반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5장 상대성 이론의 의미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동할 때 심심풀이로 읽었던 책인데, 지금까지 읽었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한 책 중에 가장 쉽게 설명되어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말하지만 나는 물리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리학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현대물리학에는 결정불가능한 문제들이 여전히 산더미같이 쌓여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이 책은 물리학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상대성이론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있다. 수식도 거의 없고,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상대성이론의 내용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교양 과학을 접한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책을 들어도 금세 읽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강력 추천..!

 

리뷰에는 전혀 어려운 내용이 없고 오히려 신기한 내용들이 적혀있을 것이므로 교양과학시간이라 생각하고 봐주시도록! 

 

아인슈타인

E=mc²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입자는 빛이다

블랙홀의 존재

우주는 팽창한다

위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못들어봤다면 유감이다..)나는 고등학생 때 방학숙제로 <E=mc²>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었는데(저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독후감은 어떻게든 잘 마무리해서 수행평가 점수는 잘 받았지만 E=mc² 이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에게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이 내용들을 설명해주려고 한다.

 

"너와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보통 [요새 힘든일이 있나?]라든가 [저 친구는 매우 감성적이군!]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저 말은 과학적으로 타당한 말이다!

 

상대성이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며 관측하는 사람에 따라 변화한다' 라고 할 수 있다. 즉, 내 입장에서 운동하고 있는 물체나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시간은 나보다 더 빠르거나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간조차도 상대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해답은 바로 빛의 속도의 절대성에 있다.(광속도 불변의 원리 라고 부른다.)즉, 빛의 속도는 어떤 운동상태에 있는 관측자에게도 항상 초속 (약)30만km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빛에는 일반 속도계산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들어 내가 30만km/s로 운동하고 있으면서 레이저포인터로 빛을 쏜다고 해도 이런 상황을 관찰하는 어떤 운동상태의 사람에게도 빛은 60만km/s가 아닌 30만km/s로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이것은 나의 입장에서 빛과 같은속도로 운동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빛은 내가 봤을 때도 30만km/s로 운동하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러한 사실들은 과거 여러 물리실험으로서 '거의' 증명되었다. 실제 일상에서의 사례를 보면, GPS 위성에서는 광속은 항상 초속 30만km로 설정되어있는데, 만약 빛의 속도가 위의 설명과 같이 절대적이지 않다면, 위성과 자동차가 가까워지거나 서로 멀어질 때마다 거리계산에 오차가 생기며, 이 오차를 보정하지 않는다면 차의 내비게이션이 보여주는 위치의 오차는 100m이상이 되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오차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광속도가 불변하기 때문이다. 이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 의해 특수 상대성 이론이 설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시간의 상대성

 

두 사람 중 한사람은 광속의 80%의 속도로 등속이동하는 우주선에 탑승해있고, 한 명은 그 우주선을 달의 표면에서 정지한 채로 관찰한다. 각각은 '빛시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이것으로 각자 흐른 시간을 계산한다. 빛시계란 위와 아래에 거울이 달려 있고, 그 사이를 빛이 오가는 방식으로 시간을 재는 장치이다. 아래쪽 거울에서 출발한 빛이 위쪽 거울에 닿는 순간이 1초의 경과를 의미한다.

 

 (아래 사진은 책의 일부입니다)

 

우주선 안에있는 사람(A) 의 입장에서는 빛시계의 빛은 똑바로 위로 향하는 반면 달표면에서 우주선을 관찰하는 사람(B) 에게는 우주선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빛의 운동경로는 두번째 그림과 같이 대각선을 이루며 나아간다. 그러면 B의 빛시계가 1초 경과했을 때 A의 빛시계도 똑같이 1초가 지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왜냐하면 B의 입장에서 우주선의 1초가 지나려면 빛이 대각선경로를 통해서 거울의 윗면에 닿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달표면의 빛시계에서 1초가 경과되기 위해 빛이 운동해야 하는 거리보다 우주선의 빛시계에서 1초가 경과되기 위해 빛이 운동해야 하는 거리가 B의 입장에서는 더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A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으로 관찰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우주선의 입장A에서 봤을때도 B의 시간 역시 느리게 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우주선의 입장에서는 달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간의 상대성이다.

 

 

2. 공간의 상대성

 

서로 다른 등속운동상태(관성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시간의 상대성에 의해 서로 다른 시간 기준이 적용되는데, 이의 결과로 공간도 상대성을 띄게 된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정한다.

"모선에서 보아 1.3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우주선이 모선으로 돌아온다고 하자. 그런데 우주선에는 1년 뒤에 폭발하는 시한 폭탄이 장치되어 있다. 시한 폭탄은 모선에서만 해체할 수 있다. 우주선은 광속의 80%로 비행한다."

중요한 요점은 이렇다. 첫째, 우주선의 입장에서는 1년의 시간 내에 모선에 도착해야만 한다. 둘째, 모선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우주선과 모선 사이의 거리는 1.3광년이다. 셋째, 상식적인 속도계산에 의하면 우주선이 모선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1.67년(광속의 80%로 1.3광년의 거리를 간다고 가정할 때)이므로 우주선은 모선에 도착하기 전에 폭발한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 따라 생각하면 우주선은 매우 널널하게 모선에 도착한다. 이것은 시간의 상대성으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인데, 모선의 입장에서 볼 때 모선의 1초는 우주선의 0.6초로 계산된다. 결국 모선에서 보았을 때 우주선이 도착하는데 1.3광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우주선의 입장에서는 0.78광년 (1.3 X 0.6)이 걸린다는 이야기이고 우주선은 광속의 80%로 모선으로 향하고 있으므로 실제 걸리는 시간은 0.975년(0.78 ÷ 0.8)이다. 따라서 우주선은 폭파하기 전에 모선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상식을 매우 벗어나는듯보인다. 이를 올바른 관점으로서 받아들이려면 [광속 불변의 원리]를 상식이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속도의 한계는 빛의속도이다.

 

3. 질량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질량으로

E=mc²

이제 위의 괴상해보이는 수식을 설명할 시간이다. E는 에너지를 나타내며 m과 c는 각각 물체의 질량과 광속을 나타낸다. 즉 이 수식이 의미하는 바는 질량 m을 가지는 물체가 모두 에너지로 환산된다고 가정하면 그 물체는 질량m에 광속 c를 제곱한 만큼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아주 작은 질량의 물질이 엄청나게 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우리가 종이를 태우는 과정에서 원상태의 종이와 모두 탄 종이의 질량을 비교하면 아주미세한 차이가 나는데(몇십억분의 일그램정도), 이는 질량이 화력에너지의 형태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의 핵분열 과정을 살펴보면, 우라늄의 핵분열 반응에 의해 10g이 에너지도 바뀐다고 가정할 때 그 에너지의 양은 900조J 이 되는데, 이것은 고대 이집트 쿠푸 왕의 피라미드만한 컵(약260만세제곱미터)에 가득 든 섭씨 20도의 물을 100도로 끓이는 에너지에 해당한다고 하니, 원자력발전으로부터 우리가 얻는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우라늄 5kg을 핵분열반응시켜 얻는 에너지를 석탄을 통한 산화반응으로 얻으려면 석탄 1만 3000톤이 필요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도 광속을 넘어서도록 가속시킬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워 질수록 질량(움직이기 힘든 정도)이 더욱 커져서, 물체가 광속에 가까워지면 질량이 무한대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참고: 무게는 질량에 중력이 작용할 때 생기는 결과값으로서 질량이 물질을 나타내는 좀 더 근본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질량은 중력이 존재하든 안하든 같다는 것이다)

 

4. 일반 상대성 이론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시간의 상대성, 공간의 상대성, 질량과 에너지와의 관계)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중 '특수상대성이론'에 속한다. '특수'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아인슈타인이 아직 [중력]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중력을 포함하여 설명한다. 여기에 그 모든 내용을 싣기에는 스스로에게 무리인데다가, 책에서 훨씬 재밌고 잘 설명해주고 있으므로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라고,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중력은 공간을 휘게하며 그에 따라 중력의 영향 안에서는 빛이 휘면서 운동하게 되는데, 위의 그림에서 보면 항성에서 먼 빛의 가장자리부분이 항성에서 가까운 가장자리부분에서보다 더 빠르게 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광속불변의원리에 의해 빛의 속도는 다르지 않으며, 여기서 달라져야 하는 요인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같은 속도의 물체가 더 많은 거리를 나아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항성에서 먼쪽(중력이 약한지점)에서는 항성에 가까운쪽(중력이 강한지점)보다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이다. <1.시간의 상대성>에서 설명했듯이 특수상대성이론의 특징은 관찰자를 다르게했을 때 시간은 "서로의 입장에서 느리게" 간다는 것이었지만, 중력이 포함된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관찰자에 상관없이 시간은 중력이 강할수록 느려진다. 시간은 중력에 의해 절대적으로 느려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정지'한다. 그러나 또한 신비로운 점은 시간의 흐름이 멈추어도 당사자는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블랙홀에 있는 사람이 블랙홀 밖에 있는 사람을 관찰한다면, 그 바깥세계의 시간은 맹렬한 속도로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블랙홀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나 느린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아인슈타인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게 아닐까.

"자신의 시간은 자신만의 것이다."

 

-끝-

Posted by Platonism